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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들

춘천 '황종안 스시'의 황종안 대표

 

6월 16일자 국민일보에 게재한 글입니다. 제가 썼고요. 

강원도 춘천 시내 테이블 8개에서 하루 평균 300만원씩 파는 스시집이 있다. 제일 잘 나가는 메뉴가 ‘감동스시’다. 초밥 7개 1만원짜리로 횟감이 밥 두 개를 덮고도 남는다. 후식으로 우동이 나온다. 가성비 ‘갑’이다. 맛도 일품, 비밀은 천연발효식초라고 했다.

감동스시는 팔수록 손해라고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너 장사꾼 될래. 복음을 위해 일할래’라고 물으셨고 복음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폐업할 때까지 팔 거라고 했다. 춘천 한마음교회 성도 황종안(38) 대표 이야기다.

황 대표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부모는 이혼했고 어머니와 장애인 누나를 책임져야 했다. 기술이 있어야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을 전전했다.

일단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일식 요리사가 괜찮아 보였다. 요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기술직이니까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겠다 싶었다. 어린 나이에 일 배우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여기서 넘어지면 끝이라는 마음으로 악바리처럼 일했다. 그 결과 업계에서 남들보다 빨리 인정받고 자리를 잡았다. 큰돈을 벌려면 직접 장사를 해야겠다 싶어 알고 지내던 형과 인천에 횟집을 냈다.

그러나 삶의 회의가 들었다. 나름 잘 나가는 것 같았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다. 인생이 별거 없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일식집 사장이었고 이들은 매달 억대를 벌면서 방탕한 삶을 살았다. 아파트 평수 늘리고, 좋은 자동차 타는 것 외엔 목표가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동업한 형의 친구가 가게에 놀러 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창조주가 살아계신다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증거, 그 말이 귀에 꽂혔다.

그는 대대로 불교 집안이었다. 눈에 보이면 믿고 안 보이면 안 믿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창조주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니, 그는 그렇게 말한 이의 손목을 붙들고 진짜냐고 물었다.

“건물을 살려면 등기부 등본 떼보고 서류 다 떼보잖아요. 그게 증거고 증거가 있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성경은 예수가 올 거라고 예언했잖아요. 일반인들도 역사를 B.C.와 A.D.로 나누잖아요. 본적은 없어도 역사책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이 실존했다고 믿는 것처럼 2000년 전 예수님의 부활도 역사적인 사실이었던 거에요.”

황 대표는 전 재산이 들어간 횟집을 등지고 춘천으로 향했다. 그 형 친구가 소개한 한마음교회에 갔다. 가족, 선후배들은 모두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자신의 결정을 믿었고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그리고 다시 무엇을 시작할지 기도했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일식집이었다. 이를 놓고 기도할 때 ‘일식집을 내가 열어줄 테니 장사꾼이 될래, 주와 복음을 위해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주와 복음을 위해 하겠다고 했다.

2017년 9월 춘천에 ‘황종안 스시’를 오픈했다. 주류는 안 팔기로 했다. 술 팔면서 찬양을 틀거나 전도할 수는 없었다. 술을 안 팔자 대부분의 손님이 발길을 돌렸다. 걱정도 됐다. 하지만 교회 성도들이 기도하면서 매출을 올려줬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역사하시더라고요. 술을 안 파니까 테이블 회전율이 극대화되는 거에요. 초밥은 20분이면 먹고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테이블 8개에서 일어날 수 없는 매출이 일어나는 거에요.”

그러나 코로나가 터졌다. 지난해 2월 22일 춘천에서 확진자 2명이 나오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첫날 반 토막이 났다. 둘째날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횟감을 쓰지만 판매가격이 낮기 때문에 적자 폭은 컸다. 그러나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렸다.

셋째날이 됐는데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였다. 코로나 때문에 포장이 급증한 것이다. “세무사가 놀라더라고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이런 매출을 찍냐고요. 춘천에 스시집이 40여개에요. 이 중 1, 2등이에요. 하나님의 은혜죠.”

천연발효식초는 1년 전쯤 만들었다. 당시 스시집 20개가 더 생겼다. 경쟁력이 급강하할 때였다. 그즈음 차 안에서 여기까지인가 싶어 고민하던 중 회개가 터져 나왔다. 한참을 울고 평강이 밀려왔다. 그때 식초가 생각났다. 당시 신선함을 넘어 건강한 스시를 만들고자 할 때였다. 그는 쌀보다 식초가 더 중요하다고 깨닫고 식초 장인을 소개받아 천연발효 식초 비법을 배웠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최근 그는 신앙적으로 한 번 더 큰 변화를 겪었다. 사실 장사는 잘됐지만 관계가 별로 안 좋았다. 직원들과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그즈음 김성로 한마음교회 목사가 설교시간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는지, 보고 싶어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구나 깨닫게 됐다. 신앙생활을 한 지 6년이 됐는데 왜 사랑의 열매가 없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 은혜를 구했다.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의 마음에 사랑이 생겼다고 했다. 아내는 남편이 변했다고 간증했다.

“요즘 모든 게 감사해요. 너무 좋아요.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니까 일에 힘이 안 들어가요. 내 안에 계신 이분을 더 사랑하는 것, 깊이 아는 것, 이것이 제 인생의 목적이 됐어요.” 그는 다시 오실 예수님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비전도 황종안 스시를 통해 주와 복음만을 위해 쓰임 받는 것, 하루하루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96069&code=23111111&cp=nv